(서울=연합뉴스) 임수정 기자 = 부부가 한지붕 아래에서 살았더라도 완전히 각방 살림을 해왔다면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혼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.
1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(78)씨는 두 번의 혼인으로 2남2녀를 둔 상태에서 1969년 B(60.여)씨와 혼인했으나 결혼생활 내내 불화를 겪었다.
가장 큰 이유는 B씨가 부모 제사나 성묘 등 남편 집안의 대소사에 전혀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.
A씨는 전처와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의 결혼식마저 외면한 채 얼굴을 비추지 않는 아내의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, 부부 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.
결국, 이들은 2003년 `각방 살림’을 차려 완전히 독립된 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다.
식사는 별도의 방에 각각 밥솥과 냉장고를 둬서 따로 해결했고 잠자리 역시 각자 방
서 잤다.
B씨는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어 `알아서 차려 먹으라’며 남편 방에 쌓아두기 일쑤였고, A씨는 한때 영양실조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으나 아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.
오히려 그 무렵 폐렴에 걸린 A씨가 딸의 간호를 받으려고 몇 달씩 집을 비우자, B씨는 남편이 사용하던 방에 멋대로 세를 놓는 등 `남만도 못한 사이’가 계속됐다.
이에 A씨는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고,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강규태 판사는 "이들의 공동 생활관계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수 있고 이는 이혼사유에 해당한다"고 밝혔다.
이어 "2003년께부터 6년 넘도록 식사와 잠자리를 따로 해오는 등 긴 세월 동안 단지 한집안에 공존만 했을 뿐 각자 독립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며 아무런 실체적인 혼인생활 없이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"며 "두 사람은 이혼하라"고 판결했다.
<저작권자(c)연합뉴스. 무단전재-재배포금지.> 2010/08/11 05:32 송고